반도체.이차전지 인재 키울 폴리텍 신규 교원 눈길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의 신산업 인력 양성을 주도할 ‘젊은 피’가 수혈됐다.

폴리텍은 지난달 8일 교수로 임용된 교원 55명이 전국 캠퍼스에 배치됐다고 29일 밝혔다. 인공지능·디지털(9명), 바이오(2명), 반도체(4명) 분야 등 산업현장을 누비던 기술 전문가가 실력파 교수진으로 변모했다. 폴리텍은 교수 초빙 시 나이 제한 없이 산업체, 교육, 연구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는 만큼 신임 교원 면면을 들여다보면 젊은 나이에 다채로운 경력과 탄탄한 실무 경험을 자랑한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4세다.

신설학과로 올해 첫 신입생을 맞은 대구캠퍼스 이차전지시스템과, 그린반도체시스템과를 이끌어 갈 신규 교수진이 눈길을 끈다.

이차전지시스템과 박기수(38·남)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10년간 리튬-황 배터리 연구개발과 파우치형 배터리 공정 개발을 맡았다. 리튬-황 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우수해 차세대 배터리로 손꼽힌다. 그가 만든 배터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태양광 무인기에 탑재돼, 2020년 국내 최초로 무인기를 고도 22km 성층권까지 올리는 데 성능을 발휘했다.

박 교수는 “강의 준비로 기업 현장에서만큼이나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지만, 수업을 마치면 오히려 힘을 얻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는 올해 첫 신입생을 맞은 이차전지시스템과에서 이차전지 제조 공정, 분석 실습 등을 맡아 가르친다. 박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개발하며 습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이차전지 산업 기술 혁신을 이끌어갈 첫 제자들을 멋지게 길러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린반도체시스템과 권옥환(43·남) 교수는 반도체 설계 분야 18년 경력이 빛난다. 반도체 전문기업 LX세미콘, 서울반도체 등에서 개발팀장을 역임한 권 교수는 국내·외 특허 20건을 보유하고, ‘ISO 26262’ 매니저 자격도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 탄탄한 이력을 쌓은 권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인력 양성에 관심을 갖고 폴리텍행을 선택했다. 권 교수는 “직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고민 없이 막연히 ‘반도체 설계를 하겠다’ 뛰어드는 후배들을 보며 아쉬움이 컸다”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설계 분야가 소자, 공정 등 다양한 직무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만큼 “학생들에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폭넓은 시선과 전문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 공정 분야 이상권(42·남) 교수도 그린반도체시스템과에 합류한 새 멤버다. 이 교수는 희성전자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디스플레이 공정 불량 분석과 트러블 슛(Trouble Shoot·문제 해결) 교육, 표면실장기술(SMT·인쇄회로 기판에 부품을 장착하는 기술) 공정 안정화 등을 맡았다. 이후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에서 차량용 전력반도체 제조공정 기반 구축 과제에 참여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강의 활동을 병행하다가 폴리텍으로 자리를 옮겨, 기술교육 현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그가 기술교육에 관심을 둔 건 현장성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느껴서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업무에 투입하기까지 기업에서 들이는 시간이 만만치 않고, 교육과 현장의 괴리감에 어려움을 느껴 퇴사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질 높은 현장실습을 연계하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폴리텍은 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 반도체, 그린에너지, 미래모빌리티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교원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폴리텍이 신규 교원 확보에 집중하는 건 원활한 인력 양성에는 이를 뒷받침할 교원 충원이 필수적인 만큼, 신산업 인력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다음 달, 폴리텍은 하반기 임용 신규 교원 채용에 나선다.

임춘건 이사장 직무대리는 교원 수급에 대해 “최근 추진 중인 5대 중점산업 인력 양성에 동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면서, “산업과 기술변화에 따른 학과 신설·개편에 발맞춰 우수 인재를 초빙해 인력 양성 기틀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훈련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력파 교수진을 보강한 만큼 역량을 힘껏 발휘해주길 바란다”라고 신규 임용 교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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