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볼만한 ‘문화예술이 있는 섬’ 명소 6곳



인천 옹진군 북도면에 자리한 신시모도는 수도권에서 가기 쉬운 섬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가 다리로 연결된 신시모도에 예술 작품이 가득한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조각가 이일호 선생의 사랑과 고통, 삶과 죽음을 형상화한 초현실주의 작품 80여 점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되어 있다.


작품이 바닷가에 있어 파도 높이와 물때에 따라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공원 울타리 밖에 있는 조형물인 ‘버들선생’은 만조 때엔 아래 부분이 물에 잠겨 바다에 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이곳은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맛이 이채롭다.


공원 앞마당이 갯벌이고, 천장은 푸른 하늘이며, 이따금 바다 위로 비행기도 날아다닌다. 여행자는 작가가 작품을 만든 의도를 상상하며 자유롭게 공원을 둘러본다. 작품과 어우러진 카페는 여유 있게 차 한 잔 즐기기 적당하며, 숙소도 겸한다.


모도는 박주기가 인기 있다. 땅이 박쥐를 닮아 붙은 지명으로, 이곳 바닷가엔 ‘Modo’라고 쓰인 빨간색 조형물이 설치돼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시도에선 풍광이 뛰어난 수기해변을 빠뜨리지 말자.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로, 해변이 아름답고 바다 건너 강화도 마니산과 동막해수욕장이 보인다. 신도에는 걷기 좋은 구봉산(178m)이 있다. 산길이 완만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트레킹하기 적당하다.




충남 보령에 속한 죽도는 육지와 연결된 섬으로, 한국식 전통 정원 ‘상화원’이 유명하다. 상화원은 섬의 자연미를 최대한 보존하고 섬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꾸몄다. 이곳의 상징은 섬 둘레를 따라 조성한 길이 2km의 지붕 있는 회랑이다.


탐방로 역할을 하는 회랑만 따라 걸으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회랑으로 걷다 보면 해송과 죽림, 바다가 만드는 수려한 자연경관은 물론, 회화와 조형물 등 아름다운 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바다와 가까이서 호흡하는 석양정원,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 해변독서실과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하는 명상관 등 곳곳에 숨은 재미를 놓치지 말자. 상화원은 4~11월 금·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에만 개방한다.


대천해수욕장과 보령 충청수영성(사적 501호)은 상화원에서 멀지 않다. 대천해수욕장은 패각분으로 된 해변에 스카이바이크와 짚트랙 같은 체험 활동, 낙조, 야경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조선시대 석성인 충청수영성은 오천항이 내다보이는 시원한 전망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유명하다. 요즘 보령에서 뜨는 ‘우유창고’에 들러 우유를 테마로 한 체험과 맛도 즐겨보자.




남해는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였다. 조선 중기 선비 자암 김구는 〈화전별곡〉에서 남해를 ‘일점선도(一點仙島)’ ‘산천기수(山川奇秀)’의 땅으로 노래했다. 자암이 남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면, 서포 김만중은 절해고도인 노도에 유폐돼 창작열을 불태웠다. 노도는 상주면 벽련마을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수려한 명소가 많은 남해에서 노도가 알려진 건 전적으로 김만중 덕분이다. 평안도 선천 유배지에서 고전소설의 걸작으로 꼽히는 《구운몽》을 쓴 그는 노도에서는 《사씨남정기》와 평론집 《서포만필》 등을 썼다.


김만중은 한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3년 남짓 노도에 살다가 55세에 숨을 거뒀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김만중문학관, 서포초옥, 야외전시장, 작가창작실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문학 여행지로 제격이다.


노도에서 나오면 남해의 명소를 둘러보자. 인적이 뜸해 비대면 여행지로 좋은 남해 대국산성(경상남도 기념물 19호)은 조망이 일품이고, 올여름 다시 개장한 남해보물섬캠핑장에서는 아이들과 너른 잔디밭을 마음껏 뛰놀며 푹신한 잔디 사이트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다. 11월 말이나 12월 개장 예정인 설리스카이워크에서는 바다를 향해 그네를 타며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천사의 섬’ ‘섬의 천국’으로 불리는 신안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섬이 탄생했다. 최근 순례자의 길로 화제를 모은 기점·소악도다.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기점·소악도가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섬에 머물며 열두제자를 모티브로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km를 걷는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각 예배당의 건축미를 감상하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가 밀물이면 잠기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개통한 천사대교 덕분에 암태도와 자은도, 반월·박지도도 새롭게 주목받는다. 암태도는 SNS에서 인기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가, 자은도는 둔장해변에 놓여 무인도를 연결한 무한의다리가 눈길을 끈다. 퍼플섬으로 유명해진 반월·박지도는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물론 마을 지붕과 도로, 심지어 마을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대한민국은 ‘섬 공화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유인도 472개를 포함해서 3300개가 넘는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바다에 별처럼 떠 있는 섬 가운데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 여수 앞바다에 있는 장도를 떠올린 건, 이곳의 다른 이름이 ‘예술의 섬’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의 사회공헌사업으로 다시 태어난 장도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 외에 전시관, 전망대 등이 마련됐다.


바다를 보며 잠시 쉬기 좋은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도 이곳의 자랑이다. 모든 시설이 예쁜 관람로를 따라 이어진다. ‘지붕 없는 미술관’ 장도에 들어가려면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 섬 주민이 오가던 노두를 활용한 다리로, 예나 지금이나 하루 두 번 바다에 잠긴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과거의 섬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장도에서 예술적 감성을 충전했다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든 여수 선소 유적(사적 392호), 진남관에서 여수해양공원을 잇는 고소천사벽화마을,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 도량 가운데 하나인 향일암(전남문화재자료 40호)도 놓치지 말자.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배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속의 섬이다. 이곳에 최근 문화 예술의 바람이 분다. 추자항 뒤쪽에는 아픈 역사가 깃든 치유의언덕이 있다.


푸른 바다로 채워진 대서리 벽화 골목에선 춤을 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10경을 담은 벽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흥리로 발걸음을 옮기면 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 골목이 반긴다. 아담한 카페처럼 꾸민 후포갤러리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는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섬을 배경처럼 두른 포토 존이 근사하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묵리 낱말고개도 흥미를 끈다. 신양항 앞에는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가 있으며, 옛 냉동 창고를 활용한 후풍갤러리가 일반인 대상으로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신양1리와 예초리는 신유박해와 관련한 숨은 역사가 바닷길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 부근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사라봉 중턱에 자리한 산지등대는 1916년 처음 불을 밝혔다. 등탑에 오르면 제주항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등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두맹이골목은 재미난 그림이 가득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제주목 관아(사적 380호)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됐으나, 제주 시민의 헌와 운동으로 복원된 훈훈한 미담이 깃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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