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형형색색의 물결모양 지붕을 만날 수 있다. 바로 32만 5천 개의 타일을 사용해 만든 ‘산타 카테리나 시장’ 지붕이다. 1800년대부터 운영된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한때 매출저조로 폐업까지 생각하던 쇠락한 시장이었지만 지자체와 상인이 힘을 모아 시장 디자인을 혁신하고 현대화한 덕분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의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서울시가 ‘한국판 산타 카테리나 시장’을 만든다. 노점 중간을 아케이드로 덮는 천편일률적인 전통시장이 아닌 지역성‧역사성‧특수성을 살린 독창적 외관에 예술적인 실내디자인을 접목해 사람들이 자주 찾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혁신적인 공간으로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의 전통시장 지원사업은 노후화된 시설과 전기 등을 개선하고 주차장, 아케이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안전과 기능개선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전통시장이 장 보는 공간이라는 장소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
서울시는 전통시장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5월 초까지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 대상지 2곳을 선정해 ’25년까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정된 시장은 외관부터 내부까지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고 보면 된다.
대상은 지역자원이 풍부해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쉽고, 상인회가 조직돼 있으며 상인들의 변화와 혁신의 의지가 높은 서울시 소재 골목형 전통시장(단독시장)이다. 시장의 규모와 사업내용에 따라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
우선 사업 핵심인 디자인 혁신을 위해 건축사, 교수 등 총괄기획가(MP:Master Planner)를 선임해 계획수립부터 준공~사후관리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우수한 역량을 갖춘 건축사 참여도 유도하고 경쟁력 있는 설계안 선정을 위한 국제현상설계 공모도 시행해 완성도를 높인다.
이번 사업의 모델이 되는 산타 카테리나 시장도 유명 건축가 엔릭 미라예스(Enric Miralles)가 리모델링 설계를 맡았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시설물만, 시장 공간의 일부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을 살릴 수 있도록 시장 내 모든 공용시설에 대한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시장 입구, 시장 내 조형물에만 디자인을 입히는 것이 아닌 화장실, 시장 내 조명까지 빠짐없이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통일성과 독창성을 높일 계획.
또한 사업은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는 물론 상인회와 지역주민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업 종료 후에도 시장 활성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 필요시엔 상인에 대학 역량강화 교육 및 지원도 펼친다.
참여를 원하는 상인회는 오는 3월 31일까지 소재지 구청으로 신청서 및 사업계획서 등을 접수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 및 2차 평가위원회를 거쳐 5월 8일 최종 선정 시장 2곳을 발표 예정이다.
선정된 시장에 대해선 올해 5월부터 기술용역을 실시해 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에 현상설계 공모 및 실시설계를 실시해 ’25년부터 공사를 착공,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자세한 지원대상 및 선정기준은 해당 자치구 전통시장 관련 부서나 서울시 상권활성화담당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박재용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바르셀로나 산타 카테리나, 튀르키예 베식타스 피쉬마켓은 단순한 시장을 넘어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지역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서울의 전통시장도 예술적 디자인을 입혀 지역주민과 관광객 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품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인포맥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세용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