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실천연합회(이하 환실련)는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실질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산불 예방 방안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및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래는 환실련의 발표 내용 전문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그 크기와 빈도가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며 기후변화와 산불 발생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기온 상승과 건조 현상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의 경우 이상 고온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해당 지역의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4.5~10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는 초목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두 번째, 강수량 변화와 가뭄
IPCC 제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강수량은 평년의 6% 수준에 그쳤고, 평균 상대습도도 평년보다 낮아 산림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에 취약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산불 발생 시 진화를 어렵게 한다.

세 번째, 해수면 온도 상승의 영향
전 세계적인 해수면 온도 상승이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쳐 건조하고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특정 지역의 강수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산호초 백화 현상을 일으켜 해양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간접적으로 육상 생태계와 기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산불 위험을 더욱 증가시킨다.

네 번째, 생태계 변화
목재 자원 소실, 식생 및 토양 변화를 초래해 산림유적자원에 인위적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울진·삼척 산불로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을 포함한 야생 포유류, 희귀 조류, 양서·파충류 등이 큰 피해를 입었고, 서식지 소실은 멸종위기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다섯 번째, 장기적 영향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가뭄 일수 증가는 수종들의 고사를 초래하는데, 특히 한국의 침엽수림은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그 분포가 급격히 감소하고 미래에는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 이상 기후 현상 증가, 식생 변화, 병충해 증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고, 산불의 강도와 확산 속도를 증가시키는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로스앤젤레스 대도시권과 주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피해 면적이 약 2만3000ha에 달해 최근 40년 이래 캘리포니아주 최악의 산불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지난달 일본 이와테현에서 발생한 산불은 일본 동쪽 바다의 해수 온도가 평년 대비 3도가량 상승해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나타난 영향으로 분석되며, 최근 30년간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피해 규모와 소실면적으로 기록됐다.

이렇게 수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안겨준 대형 산불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같은 시기에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농촌 폐기물 불법 소각으로 인한 화재 등 크고 작은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화재 발생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대두됐다.

지역별 특성 고려 부족
강원과 경북 등 산불 다발 지역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인한 불법 소각이 지속적인 문제다. 이런 지역에는 노후 목조 주택과 문화재가 밀집해 있으며, 고령 주민들의 거주로 신속한 대피가 어렵다. 도서·연안 지역과 같은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도 미흡하며, 소방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

산림 관리 체계
산림청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도 기준 경북 소나무(소나무·해송) 숲 면적은 45만7902ha로, 강원(25만8357ha), 경남(27만3111ha)보다 훨씬 넓다. 산림 면적 중 소나무 숲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며,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등 수종 교체 필요성이 대두된다. 산림포화 상태의 단계적 해소 계획도 신속히 개선되지 않아 유사 사고가 매년 발생한다.

대응 체계의 문제
현재 산불 대응은 관할 부서와 실제 대응 주체가 분리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산불진압의 주무부서는 산림부서지만 실제로는 소방관서가 최초 신고 접수부터 완전 진압까지 담당하고 있어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범국민적 홍보활동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산불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환경단체의 적극적인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통해 1)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산불을 사전 예방하고, 2) 이미 발생한 산불의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추진하며, 3) 산불 발생 후 신속한 대처 및 피해 복구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통해 산불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산불 대응 전략 수립은 다음과 같다.

특정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지역사회 활동 참여 기회 제공
산을 자주 이용하는 특정 대상층(산악회, 동호회, 관광여행사 등)을 위한 교육자료 및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산불 위험성을 인식시킨다. 산불 발견 시 신고 방법, 대피 요령 및 대피로 숙지, 상황에 따른 기초 진화 기술 등 산불방지 기초과정을 수료한 참여자들은 지역 산불감시단으로서 역량을 키워 지역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산불 관련 분야 취업 희망자에게도 산불 관련 기초지식과 예방·진화 방법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제공해 산불 관련 정책과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전문가로 육성한다.

산불 안전 키트를 통한 산불 인식 증진 및 초기 대응
필수적인 산불 예방 정보와 초기 대응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산불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불 안전 키트는 차량 보관과 휴대가 용이한 250g 휴대용 미니 소화기, 계절별 산불 위험도 정보 및 안전 수칙이 포함된 사용자 맞춤형 체크리스트로 구성한다. 키트 내에는 QR 코드를 삽입해 산불 안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며, 위치 정보 동의 시 지역별·활동별 맞춤형 산불 예방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 소방 당국과의 협력을 통한 화재 감시 프로그램 운영
지역 소방서와 환경단체 간 직통 연락망을 구축하는 것은 산불예방과 조기 대응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산불 취약 시기별 공동 대응 매뉴얼을 함께 개발해 정기적인 합동훈련 및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지역 주민 감시단과 연계해 산림 근처에서 발생하는 불법 쓰레기 소각 및 입산 통제 구역 현황을 파악하는 순찰 활동을 진행한다.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 및 운영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은 열에너지를 사전에 감지해 산불 발생 여부를 판단한다.

식물 제거 활동, 식재 수목 변경을 통한 화재 안전 구역 사전 예방 작업
산림과 농경지 사이에 방화선을 만들어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구조물 주변 9m 이내의 식물 제거 활동을 통해 화재 안전 구역을 구축하며 산불을 사전 예방한다. 방화용 조경 식물을 식재·배치하고 물을 많이 저장하는 식물을 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산불 대비 조경을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재조림이나 방화벽 조성에 사용하는 내화성 식물(*내화성 식물 : 화재에 강하거나 화재 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식물)인 유칼립투스, 동백나무, 은행나무 등을 조경한다.

이번 산불은 시민의 화구 관리 미흡이라는 인위적인 요소와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라는 자연적 요소가 결합해 그 피해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어 막대한 환경적 피해와 충격을 안겼다.

낙뢰를 포함한 자연적 요인으로 인한 산불 또한 예측과 대응이 어렵지만, 인간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산불은 사전 예방, 관리가 가능함으로 이에 대한 움직임과 실천이 더욱 절실하다.

환경에 치명적이고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주의와 관리 미흡, 안전 불감증에 대한 개선이 우선적이며, 급격히 변화하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피해가 추가로 확산되지 않도록 기후변화에 대응 또한 수반돼야 한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촛불 하나가 우리에게 짙은 어둠을 선사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대형 산불을 계기로 촛불 하나의 위험성과 함께 수많은 문제점을 확인하고 되돌아보게 됐다. 각 개인과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산불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이어 나가야 하는 시점이며, 촛불 하나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촛불 하나로 어둠 속에서 빛내기 위해, 촛불 하나를 바람에 꺼트려 어둠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환경실천연합회와 함께 이에 대한 대응과 실천을 이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