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맞대’부터 안면인식 결제까지…생활 속으로 들어온 ‘혁신 금융’

◆금융기관 대출 비교 서비스

규제샌드박스 혁신금융 부문의 선두주자는 바로 ‘토스’다. 토스는 지난 2019년 8월 은행 대출 상품의 금리와 한도를 한번에 비교해 주는 서비스인 ‘내게 맞는 대출 찾기(이하 내맞대)’ 출시를 위해 혁신금융 승인을 요청했다. 금융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비대면 모바일로 최적의 대출 상품을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 1곳의 대출 상품만을 중개할 수 있도록 한 대출모집인제도 모범규준상 ‘일사전속주의’ 규제 때문이었다. 일사전속주의는 한 모집인이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을 취급할 경우,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이 아니라 모집인이 가져갈 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우선 추천하는 등 소비자가 원치 않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만들어졌다. 과도한 모집 경쟁이 이뤄졌던 오프라인 위주의 영업 환경에서는 필요한 규제였다. 

규제에 가로 막혔던 이 서비스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형태로 승인을 받으면서 해소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대출을 받게 되면 지점 방문, 가심사 한도 및 금리 안내, 서류 준비 후 제출, 실제 심사 요청 등 4~5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내맞대’ 서비스를 통해 절차를 대폭 축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맞대 서비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만 23세 이상의 토스 사용자라면 토스 앱 내 ‘내맞대’ 서비스에 접속해 간단한 정보입력 및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뒤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대출 심사를 받을 기관을 선택하면 신용대출 심사 신청이 완료된다.

▲ 은행 대출 상품의 금리와 한도를 한번에 비교해주는 토스 서비스.

최대 2분 이내 각 금융기관에서 심사한 금리와 한도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고, 상품 조회만으로는 신용평가 점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하는 대출상품을 선택하면 해당 금융기관 웹 페이지로 넘어가 대출 약정 절차까지 완료할 수 있다. 

이같은 이용 편리함에 금융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K은행에서 2100만원을 대출받은 30대 남성 A씨는 “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 주말에도 신속하게 진행됐고, 여러 은행 금리가 한번에 조회되는 게 너무 편했다”며 “간편하게, 가장 좋은 금리와 좋은 기간으로 대출받을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금융소비자들의 만족도와 맞물려 ‘내맞대’는 1월 현재 제1금융권 은행 11곳을 포함해 총 41개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2022년 2월 기준 누적 대출신청 건수는 270만건에 달한다. 실제 대출 실행금액도 8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내맞대를 출시한 토스 대표 L씨는 “혁신금융 서비스 제도 시행으로 이전까지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며 “핀테크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사업적 기회가 열리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

국내 최초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출시한 ‘신한카드’는 새로운 간편결제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신한카드가 출시한 ‘신한 페이스페이(FacePay)’는 말 그대로 얼굴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방식이다. 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이 없어도 얼굴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개발한 신한카드가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한 것은 바로 접근성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현행 전자금융법상 접근 매체 발급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필수다. 실명확인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증 사본 확인, 영상통화 얼굴 대조, 기존 계좌 인증 등 방법 중 2가지 이상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편리하고 간편하게 결제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같은 불편함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본인확인 대체 및 얼굴로 결제하는 것에 대한 거래 안전성 문제와 보안성 문제, 새로운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 등에 대해 검토했고, 지난 2019년 9월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실증특례 형태로 지정받은 이 서비스로 금융 소비자들은 실물카드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아도 얼굴로 결제할 수 있어 편의성이 커졌고, 이전의 카드·스마트폰과 달리 도난이나 분실, 파손 위험도 없어졌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결제업무가 얼굴 인식 경제로 간소화 돼 점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신한카드는 2019년 8월 1일부터 신한카드 본사 식당 및 카페, 편의점 CU에서 시범 운영 후 2020년 4월 한양대학교 내 학생식당, 편의점 등에서 첫 상용화를 시작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얼굴 인식만으로 무인편의점 출입과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CU한양대생활관점에 시범 도입하기도 했다. 신한카드의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로 지난해까지 총 5000여건의 결제가 이뤄졌다.

▲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신한 페이스’ 서비스가 시연되고 있는 모습.

금융소비자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한양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K씨는 “현금, 카드, 스마트폰 없이 얼굴만으로 캠퍼스 내 학생식당과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어 너무 편하다”며 “식당에서 식판을 들때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위험도 없고, 편의점에서 손에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챙길 필요 없이 물건만 들고 나오면 편리하다”고 이용 소감을 밝혔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결제업무가 얼굴 인식 경제로 간소화 돼 점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신한카드 디지털퍼스트본부장 Y씨는 “규제샌드박스가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새로운 돌파구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엔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신한카드의 페이스페이를 출시할 수 있게 됐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인포맥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